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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3 밤샘 구매 체험기
11월 11일 우여곡절 끝에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가 발매되었다. 이번 PS3는 발매 전부터 블루레이 렌즈의 수율 등이 문제가 되어 발매일 당일 10만대를 공급하고 이후 추가 물량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발매 당일에 엄청난 품귀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막상 발매일 전날의 분위기는 그렇게 뜨겁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PS3의 지나치게 비싼 가격
PS3 60GB의 가격은 매장의 실제 판매가가 62,700엔(약 50만원)이나 한다. 여기에 게임 소프트 1개와 HD-TV 연결을 위해 HDMI케이블을 구매하면 7만엔을 훌쩍 넘겨 버린다. 이 정도의 가격은 일본인에게도 매우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2. PS3 게임에 대한 관심 부족
현재 일본의 게임 업계는 닌텐도DS가 점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본에서 닌텐도DS와 12월에 발매될 Wii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그에 비해서 소니 계열의 게임기들은 대중적인 신뢰를 많이 잃었고, 그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3. 수많은 유언비어의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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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이와 같은 합성 사진이 널리 유포되어 구매 행렬을 줄이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
발매일을 앞두고 인터넷에서는 각 매장들의 PS3 시연대 앞에 '당점에는 PS3가 12대 입고됩니다.', '당점에는 PS3가 2대 입고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간판을 찍은 사진들이 나돌았다.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줄을 서봤자 살 수 없다는 의미였는데, 사실 이와 같은 사진들은 모두 합성된 것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거짓 정보로 인해 발매 당일에 구입하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4. 블루레이 디스크에 대한 관심 부족
PS3가 가장 크게 자랑하는 부가기능이 6만엔대의 기계로 블루레이 디스크를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막상 일본은 현재 HD녹화기 시장이 DVD를 비롯해 블루레이와 HD-DVD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어서 블루레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PS3의 발매일의 분위기는 예전 PS2의 발매일 때만큼 뜨겁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고, 대부분의 매장은 추첨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으며, 여전히 옥션에서는 몇 배의 가격에 물건이 거래되고 있다. 왜 일본인들은 고작 게임기 하나를 사기 위해 밤새워서 줄을 서는 것일까? 우리의 정서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에 필자가 직접 발매 전날 저녁부터 밤새도록 줄을 서서 PS3를 구입한 경험을 간단히 정리해 볼까 한다.
■ 10일 저녁 8시
이와 같은 철야 줄서기는 일종의 이벤트와도 같다. 줄을 선 사람들은 좀 더 일찍 게임을 즐기기 위한 오타쿠에서부터 전매를 위해 나온 업자와 그들이 고용한 노숙자들, 줄서는 것 자체를 즐기기 위해 온 젊은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게임기 하나를 사기 위해서 줄을 서는 행위가 우리의 정서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막상 직접 줄서기를 체험해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축제와 같다고 할까? 줄을 서고, 같이 밤샘을 하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만으로도 꽤 재미가 있다.
저녁 8시에 아키하바라에 도착했을 때 이미 요도바시카메라(대형 양판점) 앞에는 수백명이 줄을 서 있었다. 다른 매장들은 대부분 아침 7시부터 추첨권을 나눠준 뒤 추첨을 통해 판매하겠다는 안내문을 붙여 길게 줄이 늘어선 매장은 요도바시카메라를 포함해 두세군데 뿐이었다.
조금 특이했던 것은 밤 8시에도 대부분의 매장들이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상점들은 대부분 저녁 6시부터 문을 닫고, 아키하바라의 매장들도 7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데 이 날만 밤 12시까지 대부분의 매장들이 영업을 했다. 전세계에서 PS3를 구입하려고 몰려든 관광객들을 의식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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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매장들이 이와 같이 추첨을 통해 PS3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았었다. 그만큼 물량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
■ 10일 저녁 10시
본격적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필자가 섰던 줄은 오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저녁에는 요도바시카메라 건물의 절반을 돌 정도로 길었다. 참고로 요도바시카메라 아키하바라 지점은 축구장만한 크기의 대형 매장이다.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당히 큰 트러블이 발생했다.
매장의 입구쪽에 수백명의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매장의 입구를 아예 점령해버린 것이다. 매장측에서 줄을 설 것을 강요하자 중국인들끼리 새로 줄을 만들었는데 이 줄은 기존의 아침부터 만들어졌던 줄을 무시한 새로운 줄이었다. 거기다 이 새로운 줄도 여러 개가 만들어지다보니 서로 자기 줄이 맞다고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은 중국인들끼리의 큰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크게 다치는 사람이 나왔고 경찰차와 엠블런스가 출동해 장사진을 이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일본 전국의 대형 매장들은 모두 중국인들에 의해서 크고작은 사건들이 일어났다고 한다.
■ 10일 자정
자정이 되어서야 중국인들끼리의 트러블이 정리되고 본격적으로 줄서기가 시작되었다. 주변의 일본인들은 전화를 걸어 수시로 다른 매장들의 상황을 체크했다. 많은 일본인들이 친구들끼리 조를 나눠 동경 각 지역의 대형 매장들에서 줄을 서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이대로 아침까지 줄을 선다고 해서 PS3를 살 수 있냐는 것이었다.
물량이 워낙에 부족하다고 알려졌고 대부분의 매장이 추첨을 통해 판매를 했기 때문에 수백미터를 줄을 선 이곳에서 정말로 PS3를 살 수 있는지 걱정이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줄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고 줄을 섰다. 줄서기 대열에는 이상하게도 노숙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이 노숙자들의 정체는 몇 시간 뒤에 밝혀졌다.
■ 11일 새벽 1시
새벽이 되자 드디어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장측은 사람들을 차례로 지하3층 주차장으로 몰아 넣었다. 주차장에는 끝없이 사람들이 들어갔는데 나중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이 매장에 줄을 섰던 사람은 약 2000명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차장 3층까지 내려가는데만도 1시간이 걸렸다. 큰 트러블 없이 질서정연하게 지하 3층까지 내려가자 '새치기방지권'이라는 것을 나눠주었다. 줄을 선 순서가 적힌 쪽지인데 필자의 번호는 무려 1209번이었다.
새치기방지권을 받고 지하 3층에 도착하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정해준 자리에 앉아있었다. 주차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복잡했지만 그 누구도 새치기를 하지 않는 모습이 참 일본인답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지하주차장에 와서야 노숙자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노숙자들의 정체는 중국인 딜러들이 고용한 알바들이었던 것이다. 노숙자들을 수십명 줄을 세운 뒤 한사람에게 한개밖에 팔지 않는 PS3를 사게 해 수십대의 기계를 매점매석한 뒤 옥션 등에 고가에 판매하려는 속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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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새치기방지권', 필자의 번호는 1209번이었고 필자의 뒤로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부 PS3를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
■ 11일 새벽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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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라고 해도 믿을만한 광경이다. 이렇게 아무데나 쓰러져 자는 사람들도 많았다. |
서서히 사람들이 지쳐갈 시간, 워낙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어서인지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배고픔은 참기가 힘들었다. 새치기방지권에는 건물을 벗어나면 번호가 무효가 된다고 적혀 있어 먹을 것을 사러 외출을 할 수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건물 내부에 있는 자판기에 의존해야 했는데, 워낙에 큰 건물이었던지라 음료수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화장실은 역시 부족했기에 화장실에 한 번 가려면 1시간 정도를 줄을 서야 했다.
제대로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 것도 준비해오지 않아서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자는 사람도 있었고, 연인끼리 밤새워 줄을 서며 애정행각을 벌이는가 하면, 공부를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휴대용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닌텐도DS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11일 새벽 6시
드디어 다시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일렬로 사람들을 다시 줄을 세우면서 새치기방지권을 '정리권'으로 바꿔주었다. 이렇게 줄을 길게 섰을 때 보통 정리권이라는 것을 나눠주는데 이 정리권을 받으면 무조건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정리권을 받은 순간 그 사람은 밤새워 줄을 선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참고로 일본은 매장에서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 수 없을 것 같을 때는 사람들을 돌아가게 한다. 만약 줄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마지막까지 남아 있으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필자가 받은 정리권은 1146번, 60기가 버전을 1146번째로 살 수 있는 정리권이었다. 정리권을 받은 사람들은 20명씩 조를 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장 1층으로 이동해 PS3를 살 수 있었다. 이 과정도 철저하게 통제하에 이루어졌는데 줄을 벗어나거나 새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11일 아침 7시
드디어 12시간 동안 고생한 결실을 맺는 순간! 60GB 버전 62700엔, 요도바시카메라 포인트 10% 환원으로 실제 가격은 54000엔 정도였다. 재미있었던 점은 요도바시카메라 포인트카드가 없는 사람에게는 즉석에서 카드를 만들어 포인트 환원을 받도록 했다는 점이다. 일본식 서비스 정신이랄까? 그런 것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물론 필자는 포인트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 만들지는 않았다). 12시간을 줄을 서서 PS3를 손에 넣는 기쁨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5일 동안 PS3로 게임을 한 시간은 3시간 남짓, 직장인은 힘들다...
PS3를 구매하고 매장 출구로 나오자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실제 방송에서는 편집되었고, PS3에 관한 내용도 해당 프로그램에서 단 2분 동안밖에 안 나왔다.(남편과 이혼하고 컴백 선언한 탤런트에 대한 기사가 20분 동안 나온 것과 비교해보면 플레이스테이션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상하 IT칼럼리스트 2006-11-17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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